변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언이 있죠.
“물 많이 마시고, 채소 많이 드세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걸 수개월째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데도
변비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면,
문제의 핵심이 다른 곳에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식이와 수분은 변의 재료를 바꾸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변을 실제로 배출하는 일은
재료가 아니라 ‘기전’의 문제입니다.
그 기전이 어긋나 있을 때,
아무리 좋은 재료를 넣어도 출구가 열리지 않는 겁니다.
변비, 배출의 문제를 따로 봐야 합니다
대장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느린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만성변비는 대장 통과 시간은 정상인데
배출 자체가 잘 안 되는 형태입니다.
이를 배출 장애형 변비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골반저 근육의 협조 운동 이상,
그리고 직장 감각 역치의 상승입니다.
먼저 골반저 근육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배변을 할 때 우리 몸은 복압을 높이는 동시에
항문 주변 근육을 이완시켜야 합니다.
이 두 동작이 동시에 일어나야 변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죠.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배에 힘을 줄 때
항문 괄약근과 치골직장근이 오히려 수축합니다.
힘을 쓰면 쓸수록 출구가 더 닫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이걸 협조 운동 이상, 또는 역설적 수축이라고 부릅니다.
이 상태에서는 변의 굳기나 부피가 아무리 적절해도
배출 자체가 어렵습니다.
직장이 신호를 잘 못 느끼는 경우
두 번째는 직장 감각의 문제입니다.
직장에 변이 어느 정도 차면,
직장 벽의 감각 수용체가 뇌에 신호를 보냅니다.
“이제 화장실 가야 해”라는 느낌이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이 감각 역치가 높아진 경우에는,
직장에 변이 상당히 차 있어도 그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느낌 자체가 잘 생기지 않는 거죠.
변의를 자주 무시하거나,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패턴이 반복되거나,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에
이 감각 역치가 점점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치가 높아지면,
직장에 변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수분이 더 흡수되면서 변이 딱딱해집니다.
딱딱해진 변은 배출이 더 어렵고,
그 어려움이 다시 괄약근 긴장을 높입니다.
식이섬유가 아무리 부드러운 변을 만들어줘도,
감각 자체가 둔해져 있으면
배변 신호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겁니다.
수분과 식이섬유는 변의 성질을 바꾸지만,
직장의 감각 회로와 골반저 근육의 협조 방식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챙겨도 변화가 없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골반저 근육의 역설적 수축이 있는 경우,
배에 힘을 많이 주는 습관 자체가 긴장을 강화시킵니다.
힘을 주면 줄수록 근육이 더 닫히는 방향으로 학습되는 겁니다.
이 경우 배변 습관 전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결론
물을 충분히 마시고 식이섬유를 챙기는 건,
변비 관리의 기본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그 노력이 잘못된 게 아니라 빠진 퍼즐이 있는 것입니다.
직장이 신호를 제때 보내고 있는지,
항문 주변 근육이 배변 시 제대로 이완되고 있는지,
이 두 가지를 따로 살펴봐야 할 수 있습니다.
만성변비는 단순히 장이 느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배출 기전 자체에 무언가 어긋난 부분이 있는 건 아닐지,
한 번쯤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물도 많이 마시고 채소도 먹는데 변비가 안 낫는 이유는?
A. 식이섬유와 수분은 변의 성질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지만, 직장의 감각 회로나 골반저 근육의 협조 방식은 바꾸지 못합니다. 배출 기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재료를 아무리 바꿔도 변화가 없을 수 있습니다.
Q. 배변할 때 힘을 줄수록 더 안 나오는 이유가 뭔가요?
A. 골반저 근육이 배에 힘을 줄 때 이완되지 않고 오히려 수축하는 역설적 수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힘을 쓰면 쓸수록 항문 출구가 더 닫히는 방향으로 작용해 배출이 어려워집니다.
Q. 변의를 자주 못 느끼는 것도 변비와 관련이 있나요?
A. 직장 감각 역치가 높아지면 직장에 변이 상당히 차 있어도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신호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변의를 자주 무시하거나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될 때 이 역치가 점점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