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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후 신경통 진통제 먹어도 찌릿한 통증이 안 사라져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진통제를 먹고 있는데도 찌릿하고 타는 듯한 통증이 계속된다면,
그건 약이 약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신경통은
일반적인 통증과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염증이 사라진 후에도 통증이 이어지는 데는
신경계 안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변화가 있습니다.

그 변화를 이해하면,
왜 일반 진통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지
자연스럽게 납득이 됩니다.

신경 자체가 달라지는 과정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신경절 안에 잠복해 있습니다.
면역이 떨어진 틈을 타 다시 활성화되면서
신경 섬유를 직접 손상시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가 사라진 뒤에도 신경 자체는 이미 변해 있다는 점입니다.

손상된 신경은 회복 과정에서 이상한 방향으로 적응합니다.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 즉 이온 채널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지고,
문턱값도 낮아집니다.

원래는 강한 자극이 와야 열리던 채널이
약한 자극에도, 심지어 아무 자극이 없어도
저절로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 상태를 신경의 과민화라고 하는데,
이 시점부터 통증은 외부 자극이 아닌 신경 내부에서 만들어집니다.

피부를 살짝 스치기만 해도 타는 느낌이 나거나,
바람만 닿아도 찌릿한 전기 느낌이 드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일반 진통제는 말초에서 염증 물질을 줄이거나
통증 신호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신경 자체가 통증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바뀌면,
그 방향에서 접근하는 약은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하행 억제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우리 몸에는 통증을 조절하는 내부 시스템이 있습니다.
뇌에서 척수로 내려오는 신경 회로가
말초에서 올라오는 통증 신호를 걸러내고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하행 억제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오래 지속되는 사람들에게서는
이 시스템이 현저히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통증 신호가 뇌에 도달하면
동시에 억제 신호도 내려와서 균형을 맞춥니다.
그런데 지속적인 통증 자극이 쌓이면
이 억제 회로가 점점 소진됩니다.

억제 신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고,
시냅스 연결 자체가 약해집니다.

결국 통증 신호는 올라오는데 내려오는 제동이 사라진 상태,
이것이 만성화된 신경통의 핵심 구조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겹칩니다.
척수 후각에 있는 신경 세포들이
반복되는 자극에 점점 예민해지는 현상,
중추 감작이 일어납니다.

원래는 통증을 전달하지 않아야 할 신호들도
통증으로 해석되기 시작합니다.
찌릿함, 타는 느낌, 전기 오는 느낌이 뒤섞이는 것은
뇌와 척수가 이미 잘못된 방식으로 신호를 처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상태에서 진통제가 말초의 염증을 줄인다고 해도
중추에서 과활성화된 신경 회로는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약을 먹어도 통증이 줄지 않는 겁니다.

통증의 진짜 위치를 찾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어렵게 만드는 건
통증의 진원지가 피부나 조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신경 섬유 안의 이온 채널,
척수 후각의 과민화된 신경 세포,
그리고 기능이 약해진 하행 억제 회로,
이 세 가지가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한 곳만 해결하려 해도
나머지 두 곳이 통증을 계속 만들어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약을 바꿔도, 용량을 늘려도
같은 답답함이 반복됩니다.

찌릿한 통증이 오래 이어지고 있다면,
지금 몸의 어느 부분에서 통증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지점부터 다시 보기 시작해야
진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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