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맞추면 이명도 나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소리가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답답한 일이죠.
분명히 소리를 더 잘 들으려고 맞춘 건데,
귓속의 잡음은 왜 더 도드라지는 걸까요.
이건 보청기가 잘못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뇌가 새로운 소리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난청과 이명은 귀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가 소리를 처리하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보청기가 소리를 키우면 뇌에서 무슨 일이 생기나
난청이 오래되면 뇌는 스스로 변합니다.
소리 신호가 줄어드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점점 활동량을 줄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외부 소리가 아닌
내부에서 만들어낸 신호를 증폭시키기 시작하죠.
이것이 이명의 본질입니다.
귀가 아니라 뇌가 만들어내는 소리인 겁니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보청기를 착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갑자기 증폭된 소리 신호가 청각 피질로 쏟아집니다.
오랫동안 조용히 있던 뇌 영역이
갑작스럽게 많은 자극을 받게 되는 거죠.
이 과정에서 뇌는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처리해야 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보청기 소리와,
이미 내부에서 만들어지고 있던 이명 신호입니다.
처음에는 두 신호가 서로 충돌하면서
이명이 더 크게 느껴지는 착각이 생깁니다.
이걸 청각 피질 과부하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용량을 초과한 뇌가 소리를 제대로 분류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명 대비 효과, 왜 모든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가
보청기는 이명에 대해 이른바 대비 효과를 기대합니다.
외부 소리를 키워서 이명이 상대적으로 묻히게 만드는 원리죠.
이론적으로는 맞습니다.
소리가 풍부해지면 뇌는 이명 신호에
덜 집중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효과는 뇌가 먼저 새로운 소리 환경에
안정적으로 적응했을 때에만 작동합니다.
적응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면,
외부 소리의 증가는 오히려 전체 소리 민감도를 높입니다.
이명도 함께 더 도드라져 들리게 되죠.
문제는 이 적응 기간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어떤 분은 몇 주 안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지만,
어떤 분은 몇 달이 지나도 이명이 줄지 않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보청기 세팅의 문제가 아닙니다.
청각 신경계가 얼마나 예민해져 있는지,
그리고 자율신경 상태가 얼마나 안정되어 있는지에 따라
적응 속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율신경이 긴장 상태에 놓인 사람은
뇌 전체가 과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청각 피질도 예외가 아닙니다.
외부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이명 신호도 더 크게 인식합니다.
또 한 가지 간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면입니다.
이명이 심하면 잠을 못 자게 되고,
잠을 못 자면 신경계의 회복이 지연됩니다.
그러면 다음 날 이명은 또 더 크게 느껴집니다.
수면 부족은 청각 피질의 과민 상태를
직접적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입니다.
보청기 착용만으로는 이 흐름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뇌가 소리에 익숙해진다는 것의 의미
신경 적응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뇌는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자극을
점차 중요하지 않은 신호로 분류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에어컨 소리에 금세 익숙해지는 것처럼요.
이명도 같은 원리로 뇌가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이명 신호가 위협적이지 않다고 학습되면,
청각 피질이 그 신호에 반응하는 강도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이 학습 과정은 뇌가 안정된 상태여야
가능합니다.
불안하거나, 수면이 부족하거나,
자율신경이 흔들려 있는 상태에서는
뇌가 이명 신호를 위협으로 계속 처리합니다.
적응이 일어나지 않는 거죠.
그래서 보청기를 맞추고도 이명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귀의 문제만을 들여다볼 게 아니라
뇌가 소리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리를 듣는 것은 귀가 하지만,
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뇌가 합니다.
보청기는 귀에 소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리를 뇌가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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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보청기 착용 후 이명이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오랜 난청으로 뇌가 외부 소리 신호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증폭된 소리가 들어오면, 청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과부하 상태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이명 신호와 외부 소리 신호가 충돌하면서 이명이 더 크게 느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Q. 이명이 있을 때 보청기의 대비 효과가 왜 모든 사람에게 통하지 않나요?
A. 보청기의 대비 효과는 뇌가 새로운 소리 환경에 안정적으로 적응한 이후에야 제대로 작동합니다. 자율신경이 긴장 상태이거나 수면이 부족한 경우, 청각 피질 자체가 과민해져 있어 외부 소리가 늘어도 이명 신호가 함께 도드라져 들리게 됩니다.
Q. 이명에 신경 적응이 일어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A. 뇌가 이명 신호를 위협적이지 않은 것으로 학습하려면 신경계가 안정된 상태여야 합니다. 불안 수준이 높거나 수면이 지속적으로 부족하면 뇌는 이명 신호를 계속 경계 신호로 처리하게 되어, 자연스러운 적응 과정이 일어나기 어려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