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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 MoCA 검사에서 걸렸는데 약 처방은 없다고 해서 불안해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검사 결과지를 받아들고 나왔는데
처방전이 없었던 경험, 낯설고 불안하셨을 겁니다.

“약도 없으면 어쩌라는 거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약이 없다는 건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뜻입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넘어가기 전 단계입니다.
기억력이 살짝 떨어지고, 집중이 예전 같지 않고,
말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 느낌.

이 단계는 뇌가 아직 되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 구간입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하느냐가
5년, 10년 뒤를 결정하게 됩니다.

왜 이 단계에 쓸 수 있는 약이 없을까요

치매 치료에 쓰이는 약들은
이미 신경세포가 상당 부분 손상된 이후를 대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신경세포 자체가 죽은 게 아니라
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 세포가 살아있기 때문에 약이 없는 게 아니라,
지금은 약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는 겁니다.

이 단계의 뇌에서는 주로 두 가지 변화가 진행됩니다.
첫째는 신경 염증, 둘째는 산화 스트레스입니다.

신경 염증은 뇌 안에 생기는 만성 염증 반응입니다.
외부 충격이 아니라, 대사 이상·수면 부족·혈당 불안정 같은 요인들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뇌 조직을 서서히 자극하는 거죠.

산화 스트레스는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 때 생기는
활성 산소가 과도하게 쌓이는 상태입니다.
이것 역시 신경세포를 조금씩 손상시킵니다.

문제는 이 두 과정이 조용하고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느끼기도 전에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단계의 진짜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수면입니다.

뇌는 잠을 자는 동안 스스로 청소를 합니다.
낮에 쌓인 노폐물, 특히 치매와 직접 연결된 특정 단백질 찌꺼기들을
뇌척수액이 씻어내는 과정이 수면 중에 일어납니다.

깊은 수면이 줄어들면 이 청소 기능이 떨어지고,
노폐물이 매일 조금씩 더 쌓이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깊은 수면의 비율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수면 질이 낮은 분들이 많은 건
우연이 아닙니다.

뇌 염증, 산화 스트레스, 수면 — 이 세 가지는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관점이 있습니다.
신경 염증, 산화 스트레스, 수면 질,
이 세 요소는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수면이 나쁘면 뇌 염증이 높아집니다.
뇌 염증이 높으면 수면이 더 얕아집니다.

수면이 나쁠수록 산화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산화 스트레스가 높으면 세포 기능이 떨어지면서
다시 수면 조절이 어려워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어느 한 부분만 따로 보면 해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세 요소 중 하나라도 오래 지속되면
뇌의 연결망, 즉 신경들 사이의 신호 전달이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기억을 저장할 때, 언어를 떠올릴 때,
집중력을 유지할 때 모두 이 연결망이 필요합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은
신경세포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이 연결망의 효율이 떨어진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연결이 살아있다는 건, 개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혈당 조절도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뇌는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씁니다.
혈당이 자주 크게 오르내리면 뇌 혈관에 염증이 생기기 쉽고,
뇌세포의 에너지 효율도 떨어집니다.

치매 위험과 혈당 조절 문제가 연결된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금 당장 수치가 정상 범위라도,
혈당이 자주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면 주목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스트레스 호르몬입니다.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영역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단기 스트레스는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해마 세포가 위축되는 변화가 나타납니다.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느끼는 시기와
오랜 스트레스가 겹쳐 있는 경우, 이 연결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지금 이 시기가 중요한 이유

약이 없다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은 뇌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줄 수 있는
가장 마지막 구간일 수 있습니다.

신경 염증을 낮추는 생활 방식,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항산화 환경,
수면의 깊이를 회복하는 습관.

이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한 가지가 나아지면 나머지도 함께 나아지는 구조입니다.

“약이 없으니 기다리자”가 아니라
“지금이 바꿀 수 있는 시간이다”라고 읽어야 합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분들 중
생활 방식의 변화만으로 인지 기능이 유지되거나
일부 회복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뇌는 생각보다 유연합니다.
그리고 그 유연성이 남아있는 지금,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앞으로를 가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경도인지장애 진단 받았는데 왜 약을 안 주는 건가요?

A. 현재 승인된 치매 약물들은 신경세포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단계를 대상으로 합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는 세포 기능이 저하 중이지만 아직 살아있는 상태라, 약보다 신경 염증·수면·산화 스트레스 같은 선제적 관리가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경도인지장애와 수면의 관계가 있나요?

A. 깊은 수면 중에 뇌는 낮 동안 쌓인 노폐물을 뇌척수액으로 씻어내는 청소 과정을 진행합니다. 수면 질이 낮으면 이 청소 기능이 떨어져 치매와 연관된 단백질 찌꺼기가 누적되기 쉽고, 이것이 다시 수면을 방해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Q.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나요?

A.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모든 분이 치매로 진행하지는 않으며, 일부는 정상 인지 수준을 회복하기도 합니다. 신경 염증, 산화 스트레스, 수면 질, 혈당 안정성 같은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있어, 이 흐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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