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바로 병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강직성척추염과 연관된 유전자로 알려진
이 수치가 양성으로 나와도,
실제 발병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적습니다.
왜 유전자가 있어도 발병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지,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양성이어도 대부분은 발병하지 않는다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85~95%가
특정 유전자(백혈구 항원 계열의 한 유형)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유전자를 가진 일반인 중에서
실제로 강직성척추염이 생기는 비율은
약 1~5%에 불과합니다.
유전자가 있다는 건 발병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발병이 확정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럼 나머지 95~99%는 왜 발병하지 않을까요?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발병 여부를 결정하는 건 유전자가 아니라,
그 유전자가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장이 먼저 흔들린다
강직성척추염을 유전자 문제로만 보면
놓치는 게 생깁니다.
발병한 사람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된 흐름이 있습니다.
장 점막이 손상되면
본래 안으로 들어오면 안 되는 세균 조각들이
혈류 안으로 스며듭니다.
면역계는 이 이물질을 적으로 인식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강직성척추염과 연관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면역계는
이 이물질과 구조가 비슷한 자신의 조직,
특히 척추 뼈와 힘줄이 맞닿는 부위를
함께 공격하는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장에서 시작된 면역 오작동이
척추 부착부 염증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스트레스와 감염이 방아쇠가 된다
유전자는 평생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어떤 시기에 갑자기 증상이 시작될까요?
장 점막은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반복된 감염이 이어지면
장 점막이 약해지고,
세균 항원이 혈류로 새어 들어가는 빈도가 높아집니다.
유전자는 가만히 있었는데
환경이 발병의 문을 열어준 셈입니다.
발병 시점이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때나
장 트러블이 심했던 시기와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양성 결과를 받으면 불안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불안이 반드시 필요한 불안인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유전자 양성 + 현재 증상 없음이라면,
그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조건들,
즉 장 건강, 면역 반응 패턴, 생활 스트레스 수준을
함께 살펴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이미 증상이 있다면,
유전자 여부를 떠나서
지금 몸 안에서 어떤 연결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먼저입니다.
항염증 약물은 불꽃을 잠시 끄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불꽃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
즉 장-면역-척추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가
그대로라면 증상은 반복됩니다.
유전자는 조건이지, 결론이 아니다
유전자 양성 판정은 하나의 조건입니다.
그 조건이 실제 발병으로 이어지려면
장 점막 손상, 면역 과활성화, 척추 부착부의 반응
이 세 가지가 순서대로 맞물려야 합니다.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유전자가 작동하는 환경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양성 결과를 받았다고 해서
발병이 정해진 미래인 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미 증상이 있다면,
유전자가 아닌 지금 몸의 상태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