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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전 우울 짜증 SSRI 먹어도 매달 반복되는 이유가 뭔가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매달 같은 시기에 찾아옵니다.
생리 1~2주 전, 이유 없이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그 감각.

세로토닌을 보충하는 약을 먹어도
그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반복된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약이 효과 없는 게 아니라, 문제의 출발점이 약이 닿지 않는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월경 전 우울과 짜증은 단순히 세로토닌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황체기에 일어나는 호르몬 변화와
그 변화에 반응하는 자율신경의 민감도,
이 두 가지가 맞물릴 때 증상은 훨씬 복잡해지게 됩니다.

황체기에 왜 뇌가 흔들리는가

배란 이후부터 생리 시작까지를 황체기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 프로게스테론이 크게 상승했다가
생리가 가까워질수록 급격히 떨어집니다.

프로게스테론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이 호르몬이 뇌 안에서 어떻게 변환되느냐입니다.

프로게스테론은 뇌에서 알로프레그나놀론이라는 물질로 바뀝니다.
이 물질은 뇌를 안정시키는 억제성 수용체에 작용해서
불안을 낮추고 수면을 돕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황체기 후반, 이 물질이 갑자기 줄어들면
뇌의 억제 신호가 약해지면서 흥분과 불안 쪽으로 균형이 무너집니다.

여기에 세로토닌도 연결됩니다.
프로게스테론 수치 변화는 세로토닌 수용체의 감수성에도 영향을 줍니다.
즉, 세로토닌이 아예 부족한 게 아니라
황체기 후반에는 세로토닌 신호 자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태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SSRI는 세로토닌 재흡수를 막아서 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수용체 감수성 자체가 호르몬 변화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면
농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안정이 완성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약이 닿지 않는 곳, 자율신경 민감도

호르몬 변화는 뇌에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자율신경계 전체의 조율에도 직접 개입합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자율신경의 교감-부교감 균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황체기 후반에 이 균형이 흔들리면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잠이 얕아지거나, 작은 자극에도 심하게 반응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 자율신경의 과민 상태가 깔려 있으면
감정 조절도 훨씬 어려워집니다.

뇌는 몸의 신호를 끊임없이 받아 처리합니다.
자율신경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신호를 계속 올려 보내면
뇌 입장에서는 “지금 위험하다”는 신호로 해석하게 됩니다.
그 결과로 불안, 예민함, 이유 없는 두려움이 증폭되는 거죠.

중요한 건 이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같은 황체기를 보내도 어떤 사람은 큰 증상이 없고
어떤 사람은 매달 같은 시기에 심하게 흔들립니다.
자율신경이 본래부터 민감하게 세팅되어 있거나
만성 피로, 수면 문제 등으로 조절력이 약해진 경우
호르몬 변화에 훨씬 크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SSRI를 복용해도 반응이 다른 겁니다.
호르몬-세로토닌 불안정과 자율신경 민감도라는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을 때
한쪽만 건드리면 나머지 요소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됩니다.

매달 반복된다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한 걸까?”라는 질문에서 멈추면
답도 약 안에서만 찾게 됩니다.

“왜 황체기에만 이 신호가 무너지는가”라는 질문으로 넘어가야
비로소 다른 층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프로게스테론이 뇌에서 어떻게 변환되는지,
자율신경이 그 변화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수면과 피로가 이 민감도를 어떻게 높이고 있는지.
이 흐름을 함께 보지 않으면 매달 같은 자리에서 맴돌게 됩니다.

월경 전 증상이 반복되는 건 의지의 문제도 아니고
단순히 호르몬 수치 하나의 문제도 아닙니다.
몸이 매달 같은 시점에 같은 방식으로 흔들린다면
그 흔들림의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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