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할 때 아픈 건 흔한 일이라고 넘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같은 생리통처럼 보여도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 생리통과 자궁내막증에서 비롯된 통증은
발생 원리 자체가 다르고,
그 차이가 증상에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4가지 감별 포인트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단순 생리통은 왜 생기고, 어떻게 사라지나
자궁내막은 매달 두꺼워졌다가
월경과 함께 떨어져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염증성 물질이 분비됩니다.
이 물질이 자궁 근육을 수축시키고
혈관을 일시적으로 조이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겁니다.
핵심은 타이밍입니다.
월경이 시작되기 직전이나
시작 후 1~2일 내에 통증이 집중되고,
출혈량이 줄어들면서 함께 사라집니다.
원인이 명확하고, 끝도 예측 가능합니다.
진통제를 쓰면 잘 듣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하는
소염진통제가 원인 물질을 직접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자궁내막증 통증은 구조가 다릅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바깥에 자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난소, 나팔관, 복막, 장 주변에 붙어서
매달 출혈을 반복합니다.
문제는 이 출혈이
배출되지 못하고 고여버린다는 겁니다.
고인 혈액은 주변 조직에 염증을 만들고
반복되면서 유착이 생깁니다.
유착은 장기들을 서로 엉겨붙게 만들고,
신경 섬유가 이 조직 안으로
자라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통증의 원인이 단순한 수축이 아니라
신경 자체가 감작된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 구조적 차이가
증상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4가지 감별 포인트
첫째, 통증이 언제 시작되는가.
단순 생리통은 월경 시작과 함께 오거나
직전에 옵니다.
자궁내막증은 월경 며칠 전부터
이미 통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착된 조직이 월경 전 호르몬 변화에
먼저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월경과 무관한 시기에도 아픈가.
단순 생리통은 월경이 끝나면
통증도 사라집니다.
자궁내막증은 월경이 끝난 후에도
하복부나 허리 쪽에 묵직한 불편감이 남습니다.
염증과 유착이 상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통증이 월경 주기에만 묶여있지 않습니다.
셋째, 통증 부위가 어디까지 퍼지는가.
단순 생리통은 주로 아랫배와 허리에
집중됩니다.
자궁내막증은 내막 조직이 붙어있는 위치에 따라
직장 주변의 묵직한 압박감,
항문 쪽 통증, 다리 저림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넷째, 성교통이나 배변통이 동반되는가.
단순 생리통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증상입니다.
자궁내막증에서는 성관계 시 깊은 통증이나
배변 시 항문 쪽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착이 질 후벽이나 직장 주변까지
이어져 있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양상입니다.
통증이 반복될수록 역치가 낮아지는 이유
자궁내막증 통증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자극에도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하게 느껴지는 현상입니다.
이건 병변이 커진 것만으로 설명이 안 됩니다.
만성 통증이 반복되면
뇌와 척수가 통증 신호에 과민하게 반응하도록
재구성됩니다.
통증 역치 자체가 낮아지는 겁니다.
적은 자극에도 강하게 느끼고,
이전엔 아프지 않던 부위까지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진통제 효과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약이 문제가 아니라,
통증을 인식하는 시스템이 변한 겁니다.
단순 소염진통제로는 이 변화를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같아 보이는 통증이 왜 다르게 다뤄져야 하는가
생리통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혀 다릅니다.
프로스타글란딘으로 인한 일시적 수축과
유착과 신경 감작이 만들어낸 구조적 통증은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통증이 시작되는 시점,
월경 외 시기에도 지속되는지,
동반 증상이 있는지.
이 세 가지를 먼저 들여다보면
몸이 어떤 상태인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통증의 양상이 달라졌다고 느껴진다면,
그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번쯤 천천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