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생리를 잘 하던 분들이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리통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진통제 없이는 못 버티겠어요.”
이 말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생리통이 있었던 경우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심해진 경우는
전혀 다른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이 바뀐 게 아니라, 몸 안에서 무언가가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원발성 생리통과 속발성 생리통은 다릅니다
생리통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처음 생리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나타나는 통증입니다.
자궁이 수축하면서 생기는 통증으로,
대개 생리 첫날이나 둘째 날에 집중되고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원래 없던 생리통이 새로 생기거나
기존보다 훨씬 심해졌다면, 이건 구조적인 변화를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이런 통증을 속발성 생리통이라고 부릅니다.
자궁이나 그 주변 조직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 통증이고,
그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통증의 성격도, 동반 증상도 달라집니다.
통증이 단순히 강해진 게 아니라
‘달라진’ 느낌이라면 이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궁내막증과 선근증이 만드는 통증은 왜 다를까
속발성 생리통의 원인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증입니다.
두 가지 모두 자궁내막 조직과 관련이 있지만,
통증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다릅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바깥, 난소나 복강 안으로 퍼져 나간 상태입니다.
이 조직들은 생리 주기에 따라
자궁 안쪽과 똑같이 반응합니다.
매달 출혈이 생기는데,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쌓입니다.
그래서 자궁내막증의 통증은 골반 전체로 퍼지거나
배변할 때, 관계할 때도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궁선근증은 다릅니다.
내막 조직이 자궁 근육층 안으로 파고들어간 상태로,
자궁 자체가 커지고 딱딱해지는 변화가 생깁니다.
선근증의 통증은 자궁 한가운데를 쥐어짜는 듯한 느낌으로,
생리 기간 내내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출혈량도 함께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빈혈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통증의 양상을 잘 살피는 게 중요합니다.
언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어떤 자세에서 심해지는지.
이 세 가지 정보가 원인을 감별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속발성 생리통이 무서운 이유는
천천히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생리 며칠 전부터 살짝 불편한 정도였다가,
어느 순간 진통제를 먹어도 잘 안 듣는 상태가 됩니다.
그 변화가 워낙 서서히 왔기 때문에
“원래 좀 아팠던 것 같기도 하고”라고
넘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몸은 이미 여러 번 신호를 보냈습니다.
생리 전 골반 묵직함, 소화 불량, 허리 통증,
생리량의 변화, 덩어리 혈의 증가.
이런 증상들이 하나둘 겹쳐 나타났다면
통증 자체보다 그 배경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졌다는 것은
통증 조절의 문제가 아니라
몸 안에서 진행된 변화의 결과입니다.
진통제가 잘 듣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약이 약해진 게 아니라,
원인이 약으로 해결되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생리통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감각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대개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