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공포.
공황 발작을 겪은 분들은
그 순간을 쉽게 잊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특별히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발작 직전에
큰 스트레스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정말 스트레스와 무관한 걸까요?
사실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용히 긴장을 쌓아왔습니다.
스트레스가 뇌를 바꾸는 과정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코르티솔이 분비됩니다.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문제는 이 호르몬이
계속 분비될 때 생깁니다.
코르티솔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뇌의 편도체가 예민해집니다.
편도체는 뇌의 경보 시스템입니다.
작은 자극에도
과하게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위험하지 않은 상황을
위험하다고 해석합니다.
반면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은 약해집니다.
브레이크는 약해지고
경보 시스템은 과민해지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자율신경계도 함께 흔들립니다.
교감신경은 항상 긴장 상태에 머물고
부교감신경은 균형을 잃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주 작은 자극에도
몸 전체가 폭발적으로 반응합니다.
이것이 공황 발작입니다.
왜 ‘스트레스가 없다’고 느끼는데 발작이 올까
공황장애의 원인을 떠올릴 때
대부분 최근의 큰 사건을 찾습니다.
직장에서의 큰 문제,
가족과의 갈등 같은 일들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어도
발작은 찾아옵니다.
급성 스트레스만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매일 조금씩 쌓이는 긴장,
잠이 부족한 날들,
늘 신경 쓰이는 업무,
해결되지 않은 관계의 불편함.
이 모든 것들도
뇌는 스트레스로 인식합니다.
본인은 견딜 만하다고 느끼지만
몸은 계속 코르티솔을 분비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뇌와 신경계는 서서히 지쳐갑니다.
편도체는 점점 예민해지고
자율신경은 점점 불안정해집니다.
이 과정은 수개월,
때로는 수년에 걸쳐
조용히 진행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
특별한 계기 없이
발작이 터집니다.
원인은 그날이 아닙니다.
오랜 축적의 결과입니다.
기존 치료 접근이 한계를 보이는 이유
발작이 터진 순간만 다루면
그때의 증상은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편도체의 과민함,
자율신경의 불균형,
쌓여온 긴장 패턴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뇌의 경보 체계가
이미 과도하게 세팅된 상태입니다.
약으로 발작을 멈춰도
이 세팅이 바뀌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축적된 긴장을 되돌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황장애의 원인이 스트레스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렇습니다.
다만 눈에 보이는 큰 스트레스가 아니라
인식하지 못한 채 쌓여온 긴장입니다.
편도체가 예민해지고
자율신경이 흔들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되돌리는 과정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발작을 멈추는 것과
뇌의 경보 체계를 재조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쌓인 긴장을 풀어내고
신경계가 다시 균형을 찾도록
몸 전체의 조건을 바꿔가야 합니다.
갑자기 터진 것처럼 보여도
오래 쌓인 것은
천천히 풀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