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살이 찐 적도 없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지도 않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마른 사람은 고지혈증에 안 걸린다”는 건
오해입니다.
콜레스테롤은 먹어서 쌓이는 것보다
몸에서 만들어지는 양이 훨씬 많습니다.
왜 체형과 관계없이 수치가 높아지는지,
그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콜레스테롤의 대부분은 간에서 만들어진다
많은 분들이 콜레스테롤을
음식에서 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우리 몸에 있는 콜레스테롤의 70~80%는
간에서 직접 합성됩니다.
음식으로 들어오는 건 20~30% 정도입니다.
식이 조절만으로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과정에는
핵심 효소가 있습니다.
이 효소의 활성도가 높으면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많은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이 효소의 활성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큽니다.
어떤 사람은 기름기를 먹어도 수치가 안 올라가고,
어떤 사람은 채식 위주로 먹어도 수치가 높습니다.
체형이 마르다는 건 체지방이 적다는 뜻이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적게 만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른 체형에서 수치가 높아지는 숨은 경로들
콜레스테롤 수치는
단순히 합성량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이 얼마나 잘 사용되고,
얼마나 잘 배출되는지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여러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첫째, 갑상선 호르몬입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
지질 대사 속도가 느려집니다.
콜레스테롤이 혈액에서 빠져나가는 속도가 줄어들면서
수치가 올라갑니다.
마른 체형인데 수치가 높다면
갑상선 기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스트레스와 코르티솔입니다.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간에서 지질 합성을 촉진합니다.
잠을 못 자거나 긴장이 지속되면
살이 안 쪄도 콜레스테롤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셋째, 담즙 배출 기능입니다.
콜레스테롤은 담즙을 통해 장으로 배출됩니다.
담낭이나 간의 기능이 떨어지면
이 배출 경로가 막히면서 혈중 농도가 올라갑니다.
체중과 무관하게 이런 경로들이 막히면
수치는 계속 높아집니다.
유전적 합성 능력과 제거 능력의 불균형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상태가 유지되는 건
결국 균형의 문제입니다.
만드는 양과 제거하는 양 사이의
균형이 깨진 겁니다.
어떤 분들은 유전적으로
합성 효소의 활성이 높습니다.
같은 조건에서도 더 많이 만들어냅니다.
또 어떤 분들은 혈액에서 콜레스테롤을 끌어당기는
수용체의 기능이 떨어져 있습니다.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에 떠다니게 됩니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
마른 체형이어도 수치가 상당히 높아집니다.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해도
큰 변화가 없는 분들이 이런 경우입니다.
음식에서 들어오는 20~30%를 아무리 줄여도,
70~80%를 만들어내는 쪽이 활발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안 먹는데도 수치가 안 떨어진다면,
합성과 제거의 균형 자체를 살펴봐야 합니다.
체형이 아니라 대사 특성을 봐야 하는 이유
고지혈증을 체중의 문제로만 보면
놓치는 게 많습니다.
마른 분들 중에서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살을 빼세요”라고 하면
대답할 말이 없어집니다.
살이 없는데 어디서 빼라는 건지.
문제는 체중이 아니라 간의 합성 능력,
호르몬 상태, 담즙 배출 기능, 스트레스 수준입니다.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결정합니다.
식이 조절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같은 고지혈증이라도
원인이 다르면 접근도 달라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