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잘 먹고,
편식도 안 하는데
키가 안 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먹는 양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
골고루 먹는데
왜 살도 안 찌고 키도 제자리일까요.
문제는 ‘먹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간다고 끝이 아닙니다.
소장에서 제대로 흡수되어야
비로소 몸의 재료가 됩니다.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먹어도
몸은 영양을 받지 못하는 겁니다.
왜 먹어도 흡수가 안 될까
소장 내벽에는
융모라는 미세한 돌기가 빼곡히 있습니다.
이 융모가 영양소를 붙잡아
혈액으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융모 표면에는
각 영양소에 맞는 수용체들이 있습니다.
단백질을 받는 수용체,
철분을 받는 수용체,
아연을 받는 수용체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거죠.
그런데 이 융모가 손상되어 있거나,
수용체 활성이 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음식은 그냥 장을 통과해버립니다.
먹은 건 분명한데,
몸에 남는 건 거의 없습니다.
성장기 아이에게 이건 치명적입니다.
단백질이 흡수되지 않으면
근육도, 뼈도 만들 재료가 없습니다.
아연이나 철분이 부족하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성장호르몬이 있어도 키가 안 크는 이유
키가 크려면 성장호르몬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성장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되면,
간에서 이걸 받아 성장인자로 바꿉니다.
실제로 뼈의 성장판을 자극하는 건
이 성장인자입니다.
그런데 간이 성장인자를 만들려면
충분한 영양소가 필요합니다.
특히 단백질과 아연이 부족하면
합성 자체가 줄어듭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혈액 속 성장인자 대부분은
결합 단백질에 붙어서 이동합니다.
이 결합 단백질이
성장인자를 성장판까지
데려다주는 역할을 합니다.
결합 단백질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성장인자가 제때 세포에
전달되지 못하는 거죠.
성장호르몬 수치가 정상이어도,
결합 단백질 쪽에 문제가 있으면
키 성장이 더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장 문제가 성장 문제로 이어지는 구조
성장부진을 볼 때,
단순히 성장호르몬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소장에서 영양소가 흡수되지 않으면
간으로 가는 재료 자체가 부족해집니다.
간은 재료가 없으니
성장인자를 충분히 못 만듭니다.
동시에 장내 환경이 나빠지면
만성적인 저등급 염증이 생깁니다.
이 염증은
결합 단백질의 균형을 흔들어버립니다.
결과적으로,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어도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더 문제는 이게 서로를 악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영양이 부족하면
장 점막 회복도 느려집니다.
장 점막이 손상된 상태로 있으면
흡수는 더 안 되고,
염증은 더 심해지고요.
“더 먹이면 된다”는 접근이
안 통하는 이유입니다.
흡수 구조가 망가져 있으면
아무리 먹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혀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양 흡수와 결합 단백질 문제가 그대로라면,
호르몬만 넣어봤자
기대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 시간
편식 안 하는데 키가 안 크는 아이라면,
먼저 의심해야 할 건 흡수입니다.
소장의 융모 상태,
영양소 수용체 활성,
장내 미생물 환경.
이런 것들이 정상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 위에서 성장인자 합성과
결합 단백질 균형까지 봐야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
성장판은 열려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조건을 맞춰주지 않으면,
나중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먹는 양의 문제가 아닙니다.
먹은 게 제대로 몸의 것이 되고 있는지,
그 경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