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뭉칠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면,
그건 단순한 피로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깨와 목, 그리고 머리는
따로 움직이는 부위가 아닙니다.
근육과 신경이 촘촘하게 연결된 하나의 경로이고,
그 경로 어딘가가 막히면
통증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많은 분들이 두통의 원인을 머리에서만 찾으려 하지만,
정작 시작점은 어깨인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승모근과 견갑거근, 어깨에서 목까지 이어진 긴장의 사슬
승모근은 어깨 위에서 목 뒤까지 넓게 덮고 있는 근육입니다.
견갑거근은 어깨뼈에서 시작해
목뼈의 1~4번까지 붙어 있는 근육이죠.
이 두 근육이 오래 긴장하면
목뼈의 정렬이 앞으로 당겨지고,
목 아래쪽의 구조 전체에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지게 됩니다.
특히 고개를 앞으로 내민 자세, 즉 거북목 자세가
이 두 근육의 과긴장을 가장 빠르게 유발합니다.
승모근과 견갑거근이 만성적으로 굳어 있을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구조물은
바로 그 위에 위치한 후두하근입니다.
후두하근은 후두골과 목뼈 1~2번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근육군입니다.
이 근육들은 머리의 미세한 움직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아래쪽 근육들이 당기고 압박하면
후두하근 역시 덩달아 수축하고 경직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두통과의 연결고리가 생겨납니다.
후두하근이 조여들 때, 신경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후두하근이 경직되면
그 사이를 통과하는 후두하신경과 대후두신경이
직접적인 압박을 받게 됩니다.
대후두신경은 후두부에서 시작해
머리 뒤쪽과 정수리까지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입니다.
이 신경이 압박되면 뒤통수가 뻐근하거나 조이는 느낌,
정수리 쪽으로 퍼지는 둔한 통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이 긴장형 두통, 혹은 후두신경통의
핵심 기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후두하근 바로 옆에는
삼차신경계와 연결되는 경추 상부의 신경 경로가 있습니다.
경추 1~3번 레벨에서 유입되는 신경 신호는
뇌간에서 삼차신경 신호와 합쳐지기 때문에,
후두 통증이 이마나 눈 뒤쪽의 통증으로
번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즉, 어깨가 뭉쳐서 생긴 긴장이
목 근육을 타고 올라가
머리 전체에 퍼지는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해부학적으로 갖춰져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어깨를 풀어도
두통이 반복되는 걸까요.
승모근과 견갑거근의 긴장은
단순히 어깨 근육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호흡이 얕고 흉곽이 굳어 있으면
어깨 주변 근육은 만성적으로 과부하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수면 중 이갈이나 턱 근육의 긴장도
경추 상부로 파급되어
후두하근을 간접적으로 자극합니다.
어깨만 따로 풀어도 일시적으로 편해지지만,
이 연결고리 전체를 보지 않으면
같은 두통이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통증이 반복될 때 봐야 할 것
두통이 반복된다는 건,
통증이 발생하는 구조적 조건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어깨가 뭉쳤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후두하근이 지속적으로 자극받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신경의 민감도 자체가 높아지게 됩니다.
민감해진 신경은 더 작은 자극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두통의 역치는 낮아지고
빈도는 늘어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머리가 아플 때
머리에서만 원인을 찾는 것은
문제의 반밖에 보지 못하는 겁니다.
어깨에서 시작된 긴장이 어떤 경로로 머리에 닿는지,
그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반복되는 두통을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어깨 뭉침과 두통을 별개의 증상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