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살이 찐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술에 칼로리가 많아서”라고만 이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음주와 체중 증가 사이에는 훨씬 더 복잡한 기전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칼로리 문제가 전부라면, 운동으로 소모하면 그만일 텐데
현실에서는 그게 잘 안 되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몸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알코올이 들어오면 몸은 지방 태우기를 멈춥니다
알코올은 우리 몸에서 일종의 독소로 인식됩니다.
몸은 독소를 빨리 제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 때문에,
알코올이 들어오는 순간 다른 에너지 대사는 뒤로 밀립니다.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쓰는 과정,
즉 지방 산화는 이 순간 거의 완전히 중단됩니다.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 아세테이트 같은 중간 대사물질이 생성되는데
이것들이 지방 연소 경로를 직접적으로 차단합니다.
음주 후 최소 수 시간,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 날까지도
지방 대사가 억제된 상태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즉, 술을 마신 날 먹은 음식의 지방은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그대로 저장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술이 내장지방을 쌓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지방 산화가 억제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중성지방 합성을 촉진합니다.
간이 알코올을 처리하느라 과부하 상태가 되면
남은 탄수화물과 지방 대사 산물들이 중성지방으로 전환되어
간과 복강 내에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쌓인 지방이 바로 내장지방입니다.
내장지방은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장지방 자체가 여러 가지 염증 물질을 분비하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이것이 다시 지방 축적을 더 쉽게 만드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음주가 식욕 조절 호르몬에도 영향을 줍니다.
알코올은 렙틴의 기능을 저하시키는데,
렙틴은 포만감을 알려주는 호르몬입니다.
술자리에서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게 되는 것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신호가 교란된 결과입니다.
게다가 음주 다음 날에는 혈당이 불안정해지면서
단 음식,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술을 마신 그날 하루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다음 날의 식이 패턴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술이 발목을 잡는 이유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체중이 좀처럼 줄지 않는 분들 중에
정기적으로 음주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운동도 하고, 식단도 관리하는데
술자리가 있는 주에는 체중이 오히려 늘거나 제자리인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알코올이 지방 대사 자체를 구조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음주 빈도와 양이 줄지 않는 이상,
식단과 운동만으로 그 구멍을 메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몸이 지방을 태우도록 설계된 상태를 만들어 놓고도
알코올이 그 스위치를 꺼버리는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면,
무엇을 먹었는지보다 무엇이 대사를 막고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주는 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방해 요소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