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 정상인데도
비만 치료 약물을 쓰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몇 킬로만 더 빼고 싶다는 이유로
삭센다나 위고비 처방을 받는 거죠.
그런데 이 약물들은
정상체중인 몸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살이 빠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빠지는 것이
지방만은 아닙니다.
비만약이 작동하는 원리, 그리고 정상체중에서 달라지는 점
이 약물들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장 호르몬을 모방합니다.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포만 신호가 나오는데,
약물이 이 신호를
인위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겁니다.
뇌의 식욕 중추가
“이미 충분히 먹었다”는
메시지를 계속 받게 되고,
위장 운동도 느려집니다.
비만 환자에게는
과도한 식욕을 조절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체중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미 균형이 잡혀 있는
대사 체계에 외부 신호를
강제로 밀어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식욕 조절 시스템에
약물이 개입하면,
몸은 에너지 공급이
갑자기 줄어든 것으로 인식합니다.
이때 몸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건
지방이 아니라 근육입니다.
근육은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드는 조직입니다.
에너지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몸은 근육을 불필요한 소비원으로
판단하고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비만 환자에서도
체중 감량 시 근육 손실이 생기지만,
정상체중에서는
빠지는 체중 중 근육 비율이
훨씬 높아집니다.
빼야 할 지방이 적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약을 끊은 뒤에 벌어지는 일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약물을 쓰는 동안
몸에서는 여러 가지 적응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기초대사율이 떨어지고,
장 호르몬 분비 패턴이 바뀌며,
식욕 조절 체계가
약물에 의존하는 상태가 됩니다.
문제는 약을 끊는 순간입니다.
외부에서 오던 포만 신호가
갑자기 사라지면,
억눌려 있던 식욕이
한꺼번에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때 몸의 상태는
약을 쓰기 전과 다릅니다.
근육이 줄어든 만큼
기초대사율이 낮아져 있고,
같은 양을 먹어도
이전보다 더 쉽게 지방으로
전환되는 상태가 된 겁니다.
줄어든 근육량은
빠르게 회복되지 않지만,
지방은 빠르게 늘어납니다.
결국 약을 쓰기 전보다
체성분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단순한 요요라고
부르기엔 구조가 다릅니다.
식이 조절로 인한 요요는
먹는 양을 다시 늘리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약물로 인한 변화는
호르몬 체계 전체가 교란된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위장관에서 뇌로 가는 신호,
뇌에서 근육과 지방으로 가는 신호,
이 전체 경로가
약물 사용 기간 동안
원래의 리듬을 잃어버립니다.
기초대사율 저하,
근육 손실,
호르몬 신호 교란.
이 세 가지가 겹치면
몸은 같은 생활을 해도
이전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숫자가 아닌 것
체중계 숫자가 줄어드는 것과
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정상체중에서 약물로
몇 킬로를 빼는 동안,
몸속에서는 근육이 분해되고
대사 속도가 느려지며
호르몬 균형이 무너집니다.
약을 쓰는 동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입니다.
거울 속 몸은 날씬해지니까요.
하지만 약을 끊고 나면
달라진 몸의 조건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빼고 싶었던 몇 킬로보다
잃어버린 것이 더 많았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