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몸인데 당뇨라니,
처음엔 믿기 어려웠을 겁니다.
밥을 조금만 먹어도 혈당이 200을 넘기고,
금세 떨어졌다가 또 치솟습니다.
살이 찌지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마른당뇨의 핵심은 근육에 있습니다.
식후에 올라간 혈당을 흡수할 곳이 부족하면,
적게 먹어도 혈당은 급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육이 혈당을 받아주는 원리
우리가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고,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세포에게 포도당을 받아들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 가장 많은 포도당을 처리하는 곳이
바로 골격근입니다.
식후 올라간 혈당의 70에서 80퍼센트를
근육이 흡수합니다.
근육 세포막에는 포도당 수송체라는 게 있는데,
인슐린 신호를 받으면
세포 안쪽에서 막 표면으로 이동합니다.
이 수송체가 막에 도달해야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근육량이 충분하면
포도당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넓습니다.
반면 근육이 적으면 아무리 인슐린이 나와도
혈당을 받아줄 곳이 부족합니다.
같은 양을 먹어도 혈당이 더 높이 올라가고,
더 오래 머무는 이유입니다.
마른 몸에 숨은 대사 불균형
마른당뇨는 겉으로 봐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체중은 정상이거나 오히려 적은데,
몸 안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근육량이 적고 내장지방이 많은 상태,
이른바 마른 비만입니다.
눈에 보이는 살은 없는데
장기 주변에 지방이 쌓여있는 거죠.
내장지방에서는 염증 물질이 분비됩니다.
이 염증이 인슐린 신호를 방해하면,
근육 세포는 포도당 수송체를
제때 막으로 이동시키지 못합니다.
인슐린은 나오는데
근육이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근육 안에 지방이
직접 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근육 내 지방은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를
직접 방해합니다.
신호는 오는데 받는 쪽이 막혀있는 겁니다.
여기에 활동량 부족까지 더해지면
상황이 악화됩니다.
근육을 쓰지 않으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집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포도당을 태워서
에너지로 바꾸는 곳인데,
이 기능이 약해지면 흡수한 포도당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합니다.
근육량 부족, 근육 내 지방, 내장지방, 활동량 부족이
서로 연결되어 식후 혈당 조절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혈당만 낮추면 해결될까
마른당뇨에서 혈당 수치만 낮추려는 접근은
한계가 있습니다.
약으로 혈당을 조절해도
근육의 당 수용 능력 자체가 나아지지 않으면,
약을 줄이거나 식사 패턴이 바뀔 때
다시 혈당이 널뜁니다.
혈당을 받아줄 근육이 없으면,
같은 식사에도 혈당은 계속 높게 올라갑니다.
근육량을 늘리는 것,
근육 내 지방을 줄이는 것,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식후 혈당 완충 능력이 살아납니다.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근육이 포도당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마른 몸인데도 혈당이 널뛴다면,
체중보다 근육의 상태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